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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와 서민 멍들게 하는 대형 건설사의 횡포

기사승인 [158호] 2013.05.07  17: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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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에 전면으로 역행

 

[정경뉴스= 전혜선 기자] 대형 건설사들의 횡포에 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최저가 낙찰’, ‘공사대금 미지급’ 등으로 인한 하도급 업체들의 피해는 한두 해 지속되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건설경기 침체로 대형건설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일한 만큼 대가를 지불한다’는 상도덕은 지켜야 함이 마땅하다. 이에 더해 ‘스위트 홈’을 꿈꾸는 이들에게 분양사기까지 저지르고 있는 대형 건설사들. 분양 당시 건설사가 홍보했던 내용들과 사뭇 다른 아파트 모습에 분노를 금치 못하는 입주자들이 입주를 거부하며 대규모 소송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 (출처·KBS 추적60분) 지난 4월 17일 KBS ‘추적 60분’의 '新입주 전쟁, 우리는 거부한다' 편이 방영되었다.


상도덕 무시한 대형 건설사의 횡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이 하청을 받는 건설사 254곳을 대상으로 ‘민간 건설공사 불공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들 회사 가운데 39%가 공사를 완공한 후에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불공정 행위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선급금을 받지 못한 경우는 조사대상 업체의 절반이 넘는 55%에 달했다. 특히 조사대상 업체 57%는
발주자가 대금을 지급할 의지가 없거나 아예 회피해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발주자의 하청업체에 대한 이런 횡포는 이미 건설업계에선 관행화돼 있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도급법 제4조에 의하면 경쟁입찰 시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 건설업계에는 하청업체 입찰 시 2~3개 업체를 대
상으로 재입찰을 실시해 당초 입찰가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는 경우가 만연해 있다.

또한 하도급법상 건설사가 공사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받았다면 하도급업체 대금도 전부 현금으로 줘야 한다. 그러나 자신들은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현금을 받아도 하도급업체에는 어음으로 결제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청업체들이 공사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유는 발주자에게 유리하게만 작성되는 불공정한 계약서 때문이다. 건산연 조사에서도 하청을 받은 건설사의 45.3%는 공사 수주 때 표준도급계약서 외 별도의 계약서를 사용하거나 표준도급계약서를 사용하더라도 이를 변경해 공사계약을 채결했다고 대답했다.

이외에도 특약조건을 내세우는 것도 문제다. 계약서상의 특약이란 일반 조건 외 발주자가 우월한 위치를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따로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공사 때 선급금 지급을 미루거나 공사 완료 후 공사대금을 지불한다는 내용, 무조건적인 하자책임 전가, 계약금액 조정 불인정, 과도한 준공금 지급기한 설정 등이 여기에 속한다.

대형 건설사 상당수가 교묘한 수법으로 하도급 대금 액수를 최대한으로 낮추고 이마저도 어음으로 결제해버리거나 아예 지불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상도덕이란 먼 나라 이야기인 듯하다.


   
▲ 발주자인 대형 건설사의 지급 의지 부족 및 도덕적 해이가 '공사대금 미지급'의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의 최저가 낙찰제· 실적공사비제도 하도급문제 부추겨

하도급업체의 갑(甲)측은 대부분 대형 건설사이다. 대형 건설사의 하도급 횡포는 이미 많은 언론 보도에 의해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대형 건설사에도 갑(甲)의 존재가 있다. 이들에게 공사를 발주하는 공공기관이다.
 
공사비용을 깎고 덤핑낙찰(저가로 내던지고 보는 입찰로 최저가 낙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방식)을 유도하는 등 건설업계 목을 죄기 일쑤다. 대형 건설사들은 이외에도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계약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하도급 문제’에 관하여 대형 건설사들의 입장을 변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으로부터 받는 불공정입찰이 그들로 하여금 하도급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로 이어지게 하는데 전혀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상황이 어떠하건 맡긴 일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니 상도덕을 무시하는 대형 건설사의 처사는 개선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불공정 행위가 건설경기 침체를 부추김으로써 하도급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토해양부와 주요 공기업의 입찰물량 대부분이 최저가 낙찰제 공사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새 정부가 예산절감을 요구하면서 ‘무조건적인 최저가 낙찰 선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감 확보가 절실한 건설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최저가 낙찰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공사원가에도 못 미치는 낙찰금은 저가 수주, 부실공사, 하도급 대금 결제 지연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적공사비제도도 건설업계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적공사비제도는 공사의 예정가격을 이미 수행된 공사의 계약단가에 각 공사의 특성을 감안해 조정한 뒤 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최악의 불황으로 건설업계 표준품셈이 하락한 상태에서 실적공사비제도는 공사가격을 더욱 낮추는 결과를 부추기고 있다.

과거 건설실적 단가도 최저가 낙찰제 등으로 인해 비현실적으로 낮아져 있는데, 과거 건설실적 단가를 기준으로 현 공사대금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인 실적공사비제도는 실공사비 보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공사비 보전이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건설업체가 얼마나 좋은 자재로 튼튼한 건축물을 지을 것이며, 하청업체에게는 대금 지급을 제때 할 수 있을까?


   
▲ 출처·공정거래위원회


‘분양사기’, 대형 건설사 양심 어디까지 버릴 것인가

수백, 수천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던 입주전쟁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요즘 대형 건설사들의 분양사기로 인해 ‘新 입주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든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에 입주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분양받은 아파트에 대해 입주를 거부하는 현상이다.
 
대부분 건설사들이나 분양업체들의 잘못 때문이다. 청라지구의 랜드마크라고 자부하던 청라 푸르지오 아파트의 경우 분양 당시 건설사는 58층의 고층임에도 불구하고 강풍과 지진에 안전한 내진설계를 계획했다 자부했었다.
 
그러나 내진시공 중 철근 50%가 누락된 사실이 입주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입주를 코앞에 둔 입주 예정자들이 ‘분양사기’라 외치며 입주거부 투쟁을 벌이고있다. 인천특구에서 특히 주목받았던 영종하늘도시 또한 분양사기 문제에 휘말렸다.

수변공간을 활용한 친환경 휴양 도시, 인천공항과 연계한 동북아시아 항공물류의 브라던 영종하늘 도시는 ‘유령도시, 섬 안의 감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3 연륙교 건설이 무산되고 학교나 병원과 같은 기반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분양사기라고 외치며 손해배상부터 계약해지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사기에 가까운 분양광고를 하고, 각종 하자를 지니고 있는 건물들을 지어대고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들의 만행이 어디까지 이를 것인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대형 건설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책구조가 하도급 문제를 양산하고 분양사기 또한 방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분양사기를 이끄는 제도적 기반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선분양제’가 있다. 몇천 만원 하는 자동차도 시승해 보고 살 수 있는데, 수억원 짜리 집을 사면서 모델하우스만 보고 사게 되는 게 선분양제다.

주택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완성품을 보지도 않고 사게 하는 제도인 것이다. 선분양제와 같은 하자 있는 정책만이 문제가 아니다. 인천시와 같은 지자체, 공기업이라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등이 철저히 건설업체들 편에 서 있다는 것도 문제다.

대형 건설사들의 장밋빛 개발계획을 철저히 검토하지 않음으로써 사기성 분양광고를 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수많은 입주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정부, 지자체, 공기업 어느 쪽도 제도적 개선에 나서거나 책임있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있어 문제다.
 
오히려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건설업체들이 적당히 무마하기를 바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수 십 년 동안 건설업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행정이나 사업을 추진해온 관행이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관행이란 호랑이에게 곶감의 존재보다 더 무서운 듯하다. 하청업체들은 대형 건설사들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일감마저 잃을까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서글픈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건설업계는 관행이라 여기며 개선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스위트 홈’을 꿈꾸지만 대형 건설사의 속임수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입주 예정자들. 불공정 관행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글·전혜선 기자 <ability0215@mjknews.com>

전혜선 기자 ability0215@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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