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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박근혜 대통령 VS 日 아베 총리

기사승인 [186호] 2015.09.01  17: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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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 70주년 담화로 본 한일 외교 새 지평 열 전망

박 대통령은 일본이 어느 나라보다 가까운 이웃으로서 양국의 위상에 걸맞게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공헌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한일관계를 마무리했다.
이 한마디로 종전 70주년 기념사에서 지난 대전에서 일본에게 가장 큰 피해를 받은 한국 문제,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교묘하게 비켜 가느냐는 문제로 고심했던 아베 총리의 고민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으리라 믿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아베의 수정주의적인 역사인식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밝혀두었다.
 
   
▲ (왼)방한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가 8월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방문,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오)지난해 2월 방한한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아베, 우회했지만 결국 사과한 것일까?
아베의 과거 우회형 사과-이것을 일본적 사고(思考)의 한계라고 해야 하나? 자기의 과오에 대하여 화끈하게 반성, 사과하지 않고 빙빙 에둘러 가는 식의 우회화법이 일본의 정통적인 외교술인지 궁금하다. 행간(行間)을 읽기가 무척 힘들다.
 
광복절 하루 전인 8월 14일,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아베의 ‘전후 70주년 담화’에 관심을 가졌다. 세계는 아베가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종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를 어떤 수위로 언급할 것인지를 궁금해했다. 그러나 정작 발표된 아베의 담화 속에는 지난 대전(일본이 일으킨 대동아전쟁)의 명분부터 생존권 차원에서 당시 서구 열강들의 대세를 따른 결과였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으며, 결과적으로는 패전했다고 지난 역사에 대하여 비판인지 자성(自省)인지 모를 말을 했다.
 
그(일본)는 지난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국내외 모든 사람들의 희생 앞에 깊이 머리를 숙이고 통석(痛惜)의 염(念)을 나타낸다는 사과와 함께, 영겁 동안 애통한 마음을 진심으로 바치겠다고 사죄했다. 그리고 일본이 아무런 죄도 없는 나라의 국민들에게 손해와 고통을 주었고 전장(戰場)의 그늘에서 명예와 존엄에 상처 입은 여성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상기하며, 21세기 여성 상위시대를 기하여 여성의 편에 서서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일본은 지난 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많은 사람들의 용서와 관용으로 국제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시한 뒤 전후 70년을 계기로 일본은 화해를 위해(‘일본을 용서하기 위해’를 이런 식으로 표현했다) 온 힘을 다한 모든 나라,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특히 일본에서는 전후에 태어난 세대가 일본 인구의 80%를 넘어섰다. 지난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 그리고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면서도, 세대를 넘어 과거 역사와 직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를 계승하고 미래로 넘겨줄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아베는 이번 담화로 과거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의 표명이다.
 
“일본은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거듭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託び)의 마음을 표명해왔습니다. 그 마음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국가들,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인 아시아인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며 전후 일관되게 그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을 다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입니다.”(아베 연설문 中)
 
아베는 지난 전쟁으로 고통을 받은 많은 아시아 국가들과 미국 등 서구 참전 국가들에 대하여도 반성과 사과를 표명하는 형식으로 연설문을 구성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특별히 중국을 언급하며 구체적으로 사과한 데 반해, 전쟁에 직접 동원되고 강제 노역에 끌려가는 등 가장 큰 피해국이었던 한국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전장(戰場:전쟁터)이 되었던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그들의 강제된 식민지로서전투보다 더한 인적, 물적 고통을 받았던 국가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국제이슈가 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대책 등의 언급이 빠진 것은 반성이 미흡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베 담화에 대한 각국의 반응
아베의 담화에 대한 반응과 평가는 나라별로 달랐다. 중국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흡한 사과’, ‘과거형 사과’라고 꼬집은 데 반하여 유독 미국은 ‘이만하면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반응: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아베 담화 발표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일본은 군국주의 침략 전쟁의 성격과 전쟁 책임에 대해 분명하고 명확하게 설명을 해야 하며, 피해국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비난 수위가 이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그것은 아베 담화 중에 전쟁의 고통을 겪은 나라 중 유독 중국만을 꼽아 관용과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담겨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쟁의 온갖 고통을 겪은 중국인 여러분과 일본군에 의해 견디기 힘든 고통을 입은 포로 출신 여러분이 그토록 (일본에 대해) 관용을 베풀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마음의 갈등이 있었고, 얼마만큼 노력이 필요했을까요. 우리는 그 점을 깊이 헤아려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미국의 반응: 미국의 경우 하원의원 일부가 아베 담화 발표 직후 ‘실망했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미국 정부는 전체적으로 만족하는 분위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아베 담화에 대하여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아베 총리가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야기한 고통에 깊은 참회(deep remorse)를 표하고 역대 일본 내각이 취해온 역사적 담화를 계승한다고 약속한 것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향후 국제평화와 번영을 위해 일본의 기여를 확대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확언을 높게 평가한다면서 일본은 전후 70년간 평화와 민주주의, 법치에 변함없이 헌신해왔으며 이는 세계적 모범이 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일본의 반응: 일본인의 정서는 일본인들이 더 잘 안다. 아베 담화가 일본에 어떤 반향을 일으켰느냐를 살펴보면 일본인들의 과거사 인식이 들어날 것이다.
우선 메이저 신문사들의 반응을 살펴보자. 진보성향의 아사히신문은 아베 담화는 지지자(보수)들의 역사관과사실의 무게를 고심해 절충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규정하면서 전후 70년 역사 총괄로서, 무척 부족한 내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사설에서는 침략과 식민지 지배, 반성과 사죄, 아베 담화에는 분명히 국제적으로도 주목된 몇몇 키워드는 포함됐지만 일본이 침략하고 식민 지배를 한 사실에 대해 주어는 모호하게 담겼고 반성과 사죄는 역대 내각이 밝힌 것으로 간접적으로 언급됐다며 “담화는 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보수 요미우리신문은 담화 키워드인 ‘침략’, ‘통절한 반성’ 등이 담겼다고 강조하면서 “이전 대전(大戰)에 대한 반성에 입각해 새로운 일본의 진로를 명확하게 제시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전시하 여성들의 존엄과 명예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위안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한국에 대한 배려라고 평가했다.
 
   
▲ 지난 8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19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와 참가자들이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일보가 일본 내 국제관계 전문가들 15명에게 아베 담화에 대한 평가를 물었는데 그 대답은 비교적 긍정적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무라야마 담화 계승을 명확히 한 점, 아베가 국내외 여론과 많이 타협한 점을 들었다. 타협의 산물로 문제는 많지만 극론분열을 피하려고 한 노력을 인정하고 싶다거나, 역사 수정주의자였던 아베 총리가 ‘평화국가’로 전환한 일본의 일반적 이해를 확인하고 있는 점은 합격점이라든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반성·사죄를 언급한 훌륭한 담화이다, 과거와 미래 양쪽의 균형이 잡혔다라는 견해이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인식에 관한 것이 주류를 이뤘다.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는 담화는 형식적인 표현에서 무라야마 담화 계승을 언급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이를 부정하려는 것이 당초의 의도였다고 보았다. 담화 기저의 역사관은 아시아 특히 한국과의 공유 기반을 사실상 무너뜨리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가 서구의 식민주의를 비판하면서 자국(일본)의 식민 지배를 보는 시각에서 우회하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아베는 역사에 대한 사죄도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후대에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면서 뒤이은 문장에서는 겸허하게 역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 전문가들의 입장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대사는 한일관계 개선에 대해서 정상회담 없이는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일관계를 진전시키는 방안으로 지금 양국의 현안인 위안부 문제를 일방이 아닌 양국 공동의 노력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일본의 정치 지도자가 종군 위안부들을 직접 만나 사죄의 말을 건네고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 국민이 앞으로 그런 비극을 두 번 다시 일으키지 않겠다고 반성하고 후세에 계승해 나갈 것을 맹세해야 한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이 일을 받아들여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하며 이 문제를 결코 정치적 이념적 목적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입장은 무엇일까?
   
▲ 지난 8월 15일 제70주년 광복절 행사의 일환으로 수천개의 태극기가 전시 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아베 담화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아베 총리가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는 점에 주목하겠다고 뼈있는 한 마디로 마무리했다. 더 이상 과거사 사과에 매달리지 않고 양국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대국적 판단이다. 아베 담화에 대해 적극적인 비판을 자제한 것을 두고 국내 여론은 많은 지지를 보냈다.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한일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킬 수 없다는 박 대통령의 판단이다. 아베 담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태도는 일본 언론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앞으로 일본이 이웃국가로서 열린 마음으로 동북아 평화를 나눌 수 있는 대열에 나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계승한다는 공언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하여, 이웃나라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합당하게 해결하기를 바랍니다.”(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中에서)
 
박 대통령은 양국의 위상에 걸맞게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 함께 공헌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대일 문제를 마무리했다. 이 한마디로 종전 70주년 기념사에서 지난 대전에서 일본에게 가장 큰 피해를 받은 한국 문제,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교묘하게 비켜 가느냐는 문제로 고심했던 아베 총리의 고민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으리라 믿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아베의 역사인식을 용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었다.
 
아무리 역사수정주의자인 아베가 발버둥친다고 해도 아키히토 일본 천왕이 과거사를 사죄했고, 고노 전 총리와 무라야마 전 총리도 사과 담화를 발표했으며, 하토야마 전 총리는 전 서대문형무소 터를 방문하여 무릎까지 꿇고 과거사를 사과하지 않았던가. 최대의 피해자였던 한국이 대승적 차원에서 이것으로 일본은 사과했다고 간주해버리고, 이제 일본을 과거사에서 놓아주면 안될까? 물론 일본의 성의 있는 자기 성찰을 전제로 말이다. 국민적 합의를 묻고 싶다.
 

 

황인환 본지 편집위원장 weis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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