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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4월에 실시되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 그리고 7월 검찰총장 임기 만료가 윤 총장의 대권가도에서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윤 총장을 둘러싼 대권방정식은 개인의 정치진로 뿐 아니라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의 행로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상대 쪽에 서 있는 문재인 정권도 윤 총장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을 달리 해야 한다. 결국 내년 3월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올 한 해 정치구도는 윤석열 대권방정식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역으로 윤 총장의 예상행보를 짚어보면 4월 보선 후 본격 전개될 대권정국도 읽히게 됨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권방정식은 상당히 복잡하다. 다만, 변수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역대 대선의 정치일정을 대입해서 관측해 보면 술술 풀리기도 한다. 윤 총장은 서울 행정법원이 정직2개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업무에 복귀했고, 일단 내년 7월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윤 총장의 복귀에 여론이 관심을 보이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문재인 정권의 계속될 압박을 뚫고 살아 있는 권력수사를 계속할 수 있을 지를 지켜본다. 다른 관전 포인트는 윤 총장이 임기를 무사히 마친 후 정치권에 진입해 대권 도전에 나설지 여부다.
두 사안은 모두 연결돼 있다. 권력수사를 제대로 하면 보수와 일부 중도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대권 길이 활짝 열릴 수 있다. 반면 흐지부지 끝내면 과거 보수정권을 원칙대로 수사했던 일과 비교돼 정치적 입지는 좁아진다. 공수처 출범 등 검찰의 권력수사에 한계가 생기겠지만 진보정권에 대한 수사 의지는 인정받아야 보수정권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셈이다.
윤 총장의 대권 길은 크게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제 1단계는 7월 24일 검찰총장 만료 때까지다. 이 기간 검찰총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 국민에게 어떤 이미지를 심어 주느냐가 관건이다. 현직 검찰총장이지만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대상에 계속 오를 것이므로 유권자들의 평가는 수시로 나온다.
검찰총장 단계에선 두 가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첫째 고비는 민주당 강경파들이 ‘윤석열 축출’의 마지막 카드로 만지작거리는 국회 탄핵이다. 검찰총장 탄핵엔 김두관 의원이 깃발을 들고 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총장 탄핵안을 준비하겠다. 윤 총장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법원으로 끌고 갔을 때부터, 국회가 탄핵을 준비해야 한다고 보았다. 주변의 만류로 법원의 결정까지 지켜보기로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기다릴 수 없다”며 “검찰과 법원이 장악한 정치를 국회로 가져 오겠다”고 썼다. 여기에 강성 친문과 초선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다.
국회의 검사 탄핵 소추 관련 조항은 헌법 65조와 검찰청법 37조에 명시돼 있다. 국회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동의로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수 있으며, 재적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다음 단계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헌재가 국회의 탄핵안을 인용하기 위해선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 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 있는 경우”에 국한된다. 그런데 법무부 징계위에서 해임(파면)을 의결하지 않고 정직2개월 징계만 하고 이를 문 대통령이 재가했다. 따라서 민주당이 새로운 사유를 제시하지 않는 한 헌재도 파면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민주당 강경파들이 이를 알면서도 국회 탄핵 의결을 밀어붙이는 데는 노림수가 있다. 국회 의결과 탄핵 결정까지 기간 동안 윤 총장의 직무가 또 정지되므로 권력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실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2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3개월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두어 달 정도는 윤 총장의 손발을 묶을 수 있다. 공수처가 출범해 고위공직자 수사를 몽땅 가져가서 뭉개버리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윤 총장으로선 민주당 지도부의 역풍 우려로 탄핵안 발의가 되지 않더라도 공수처가 기다리고 있다. 속전속결로 월성원전1호기 조기폐쇄 과정의 경제성 조작 사건 등을 처리하지 못하면 권력수사는 물거품이 된다. 공수처가 검찰총장 단계에서 두 번째 고비인 이유다.
제 1단계에서 ‘검찰총장 윤석열’이 여당 발 탄핵론과 공수처에 맞서는 사이에 정치권에선 대변혁이 일어날 수 있다. 4월 7일 서울과 부산시장 보선이 있기 때문이다. 최대 승부처는 서울시장선거다. 그때까지는 관전자인 윤 총장 입장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퇴임 후 정치로 진입하는 길이 다소 좁아진다.
이 경우 기세를 올린 국민의힘 안에서 내친김에 정권탈환으로 가자며 대권주자들이 각축전에 들어갈 게 뻔하다. 지금 거론되는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등 외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면 보수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윤 총장의 존재감은 옅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윤 총장의 대권가도는 더 넓어진다. 이 경우 보수정당은 2016년 20대 총선→2017년 조기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21대 총선에 이어서 무려 5연패를 하게 된다. 그 상태론 내년 대선도 패색이 짙다. 따라서 국민의힘 해산을 통한 ‘헤쳐모여’ 논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선거 5연패에 책임이 있는 기존의 대권주자들도 더욱 위축된다.
이 때 장외인 검찰에 머물고 있는 윤 총장의 몸값은 치솟는다. ‘윤석열 대망론’을 외치는 당내 최다선 정진석 의원을 중심으로 헤쳐모여를 추진하며 ‘윤석열 신당’을 띄울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이 퇴임하는 7월까지 3개월여 동안 범야권에 빅뱅이 일어나면서 결과적으로 그 중심에 윤 총장이 서는 구도다.
윤 총장의 대권 길 제 2단계는 우여곡절 끝에 임기를 채우고 내년 7월 검찰에서 나왔을 때부터 시작된다. 총장 재직 기간 실시되는 서울과 부산시장 보선 결과에 따라 정계개편이 일어날 걸로 예상되지만 의외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더욱 그렇다. 국민의힘이 해산되지 않고 제1야당으로 남은 상태에서 윤 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대권 입구는 두 갈래다.
첫째, 국민의힘에 참여하지 않고 제3지대를 새로 만드는 일이다. 양극단의 대치에 신물을 내는 국민, 특히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정치판 질서인 이념과 노선보다 정의와 가치를 앞세우는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정치현실에서 ‘중도’ ‘제3의길’은 항상 성공하지 못했다. 안철수가 대표적이다. 남북 분단 상황과 맞물려 이념대결이 여전히 판을 치는 까닭이다.
따라서 윤 총장이 현실을 감안해서 국민의힘에 들어가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경우도 따져봐야 한다. 다만 정치권에선 검찰총장 임기 후에 대권 가도를 스타트 하는 건 너무 늦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 초년생인데 대권까지 불과 8개월 정도 남은 상태에서 뛰어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일반적으론 그렇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다. 또 윤 총장은 이미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 있으므로 결코 늦지 않다. 역대 대통령선거 스케줄을 봐도 그렇다. 통상적으로 각 당 후보는 본선 4개월 전에 확정됐고, 그 이전 4개월 동안 당내에서 후보경선전이 열렸다. 합해서 8개월이니, 윤 총장의 퇴임 후 대선까지 기간과 일치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은 12월 19일에 치러졌는데, 새누리당 경선은 8월19일이었다. 경선 4개월 전인 4월쯤에 김문수 정몽준 안상수 김태호 이재오 임태희 등 잠룡들이 줄줄이 경선 출사표를 던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에도 마찬가지로 8월 19일에 박근혜 전 대통령 등과 당내 경선이 실시됐다. 역시 4개월 전인 4월에 홍준표 원희룡 등이 경선도전을 선언했다. 그 한 달 전엔 손학규가 이명박-박근혜 경쟁구도에서 세 불리를 느끼고 탈당했으니 본선 8, 9개월 전에 구도가 잡히기 시작하는 셈이다.
이번엔 2017년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실시된 바람에 내년 3월9일이 대선이니 4개월 전이라면 내년 11월 9일쯤 경선이 실시될 수 있다. 잠룡들은 그로부터 4개월 전인 7월쯤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질 테고 윤 총장도 동참이 가능한 셈이다. 경선 4개월, 대선 8개월 전에 임기가 끝나는 윤 총장에게 안성맞춤 대선 스케줄일 지도 모른다.
물론 여기까지의 대전제는 여럿 있다. 윤 총장이 과연 정치를 할 것인지조차 불투명하다. 국회에서 퇴임 후 봉사활동에 정치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확언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대권도전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도 무리다. 윤 총장이 7월까지 임기 동안 보수 유권자에게 또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지지율도 서서히 내려앉을 수 있다. 역대 대선에서 1년 전 쯤 지지율 1위를 차지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또 서울시장선거도 민주당이 승리하면 이낙연 이재명은 물론이고 제3, 제4의 여권 유력주자까지 등장하면서 윤 총장의 존재감을 가릴 수도 있다.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 시국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수단이 있기 때문에 지금 윤석열 지지율 1위 상황을 절대 방치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이처럼 다양한 변수들이 제거되고 윤 총장이 범야권의 단일 대권주자가 된다면 제 3단계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까지다. 3단계 허들을 모두 통과해 윤석열 정부가 탄생할지 지켜볼 일이다.
영남일보 송국건 rek11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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